2020 초록미술관 프로젝트

<상상정원 Meta:scape >

2020 이풀실내정원 초록미술관 프로젝트
< 상상정원 Meta:scape – 이은선 Eun Sun Lee >

전시개요

– 전시 기간 : 2020년 8월 25일 ~
– 전시 장소 : 이풀실내정원(식물원) 실외 정원 일대
– 참여 작가 : 이은선 작가(b.1978)
– 전시 부문 : 설치
– 기 획 : 박지향
– 후 원 : 경기도(안산시) 지역문화예술 플랫폼, 유니스의 정원

기획의도

<상상정원 Meta:scape – 이은선>展은 작가가 식물원을 한참 거닐며 동일한 풍경을 바라보다 작가의 상상속의 또 다른 풍경을 계속 더하게 되는 유희적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된 야외프로젝트이다. 이는 2019년 전시의 연장선상으로, 창작된 작품이 위치한 공간의 물리적 요소와 관람하는 개인의 시점과 조우하면서 증폭되는 ‘환영(illusion)’과 사소하고도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개인의 상상과 감정의 가치’* 를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풍경을 소재로 한 작품의 역사는 길다. 아시아에서는 예술의 자각 시기로 일컫는 중국의 동진 시대부터 ‘산수화’가 등장했으며 서양에서는 인본주의 사상이 시작된 르네상스 시대를 시작으로 독립된 ‘풍경화’ 장르가 창작되고 감상되어 왔다. 무엇보다 ‘풍경’이라는 소재는 인간을 둘러 싼 파장 속에 존재하기에 보편성을 지닌다. 풍경은 문자 그대로 자연을 포함한 주변 환경을 지칭하기도 하고, 개인과 사회에 의해 해석된 주관적 풍경(-scape)를 지칭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자의식이 정립된 다음에야 후자의 주관적 풍경의 의미가 정의될 수 있기에 풍경은 관계 미학의 시초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해석의 대상으로서 풍경은 끊임없는 사유의 원천으로 가치가 있기도 하다.

* 롤랑 바르트의 저서 ‘카메라 루시다’에서 제시한 개념 ‘푼크툼(punctum)’으로 작품 감상 시 사소하고도 개별적으로 발생하는 개인의 상상과 감정의 가치를 역설하였다.

작가가 주관적 풍경 속에 무심한 듯 제시한 <Meta-scape> 조각설치 작품들을 통해 정원 속 풍경이 빚어내는 빛, 바람, 그림자, 나무 등의 수많은 요소들을 작가가 참조한 조형적 프레임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고, 여기서 나아가 이를 바라보고 상상을 더해 감상하는 나 자신, 그리고 이러한 자아와 거리두기를 통해 나 자신까지 감상하는 메타적 태도까지 권유한다.

작가가 조형 프레임에 차용한 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는 조선초 대표적 명화로 작품 한폭에 한꺼번에 보여지는 다양한 시점인 고원법, 평원법, 심원법을 통해 제시하는 독특한 화면구성으로 유명하다. 작가는 안견의 작품을 차용하는 작업방식을 통해 정원을 바라보는 개인의 시선 자체에 내제된 힘이 가진 강렬한 아우라(Aura)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자 한다.

이은선
meta-scape
variable
teel, pvc vinyl
2020

작가노트

이번 작품을 구상하며, 유니스의 정원으로 향하는 길을 여느 때와 다른 마음을 가지고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큰 길가에서 차를 급히 꺾어 들어서면, 농원이 가득 찬 대지를 가로질러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게 된다. 가끔 너무나 커다란 레미콘 트럭을 마주하며, 또는 함께 그 길을 따라 들어가며, 사뭇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처럼, 조금은 낯선 기분으로 정원을 찾아가게 된다. 아주 작은 길을 지나, 넓은 천이 좁아지고 좁아져서 없어져버린 작은 길을 따라 그곳에 도착하면, 정원을 찾아 들어오던 느낌과는 전혀 다른 장소를 만나게 된다.

아주 안전한 느낌. 숨어 있는 정원 같은 느낌의 장소이다. 찾아오던 길과는 전혀 다른 속도가 존재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어느 장소에서 이곳으로 도착했는지 알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정원을 거닐고 있다. 다른 장소, 다른 경험속에서 살던 사람들이 한 장소에서 아주 느리게 풀과 나무과 새소리와 바람에 날리는 대나무 소리를 듣고 있다.

그리고, 그 장소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몇 번을, 수어번을 같은 길을 다른 마음으로 보려고 걸어보았다. 그리고, 계속 마주치는 여러 사람들을 지나치며, 내 시선이 찾고 있는 무엇인가가 그들이 바라보는 무엇과 같을까 하는 생각이 퍼득 들었다.
모두 다 다른 곳에서 모인 여러 다른 시선들의 중첩이 이 장소를 실존을 넘어선, 감각의 여러층의 교감 장소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나는 계속 걷고 걷던 같은 길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기 시작했다. 나만의 시선이 아닌,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내가 보지 못하던 풍경이 오버랩되는 경험을 하였다. 같은 장소, 같은 길이지만, 지나가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 풍경에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시선이 아닌 다른 시선이 더해지는 경험이었다. 나는 같은 장소를 계속 보고 있었지만, 나는 계속 상상속의 다른 풍경을 내 눈에 더하고 있었다.

난 이것이 정원의 힘이라고 깨달았다. 우리 주변에 많은 나무와 풀길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 길을 걷는 것을 목적으로 걷는 일은 많지 않다. 이렇게 걷고 쉬고 풍경을 다시 보는 행위가 나의 사고와 시선을 얼마나 확장시키는 일인지, 사뭇 느끼며 이 작은 산책의 기쁨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보통 목적지 없는 길을 잘 걷지 못하게 교육받아왔다. 하지만, 이런 자연속의 쉼 속에서, 오롯이 나의 감각을 느끼고 나의 사고를 상상속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은 여러 가지 생각과 고민과 웃음과 때로는 절망적인 어떤 기억들을 담는 그릇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에겐 주어진 세상, 그 이상에 대한 바램이 삶의 원동력이지 않을까. 그렇게 꿈속에서 보았던 이상적인 장소_‘몽유도원도‘ 같은 풍경이 모두의 맘에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것이 ‘정원속의 산책’임을 작품을 통해 이 유니스의 정원을 함께 걷는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이 은 선

이은선 작가는 조소, 필름, 영상, 사진, 회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루며 공간의 특성에 따라 유연한 시각적 프로젝트들을 선보여 왔다. 다양한 작업은, ‘사람’간의 맺어지는 관계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하며, 그 속에서 파생되는 것들의 조형적 속성을 찾아내는 작가적 시선으로 주목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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